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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툽의 과거에서 찾는 경제 이야기

미국 광란 시대 (1920년대)

by 이파브르 2023. 4. 12.

미국의 광란의 20년 -버블의 시작

위대한 게츠비 - 광란의 시대
영화 : "위대한 게츠비" (1920년대 광란의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

1. 광란의 20년이란?

미국의 1920년대 경제 번영의 호황기.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이 종료된 후 시작되었고, 세계 대공황으로 끝나게 된다.

 

2. 광란의 20년 시대적 배경

  • 미국은 여러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로 시작했다. 미국 독립 전쟁을 통해 독립하기는 했지만 이를 위해 프랑스의 막대한 군사지원과 차관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초창기 미국은 현대 강대국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루이지애나 구입, 미국-멕시코 전쟁, 알래스카 조약 등으로 얻은 광대한 영토와 그곳에서 나온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미국은 유럽 국가들을 따라잡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벨 에포크로 대표되는 전성기를 누리던 유럽이 미국에 앞선 상황이었는데, 이런 미국과 유럽의 국력이 역전되는 결정적 계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 1차대전에 휩쓸린 유럽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는데, 독일, 오스트리아 같은 패전국 제국들은 제국이 공중분해되고 불황에 시달렸으며, 비록 승전국이었어도 전쟁에 직접적으로 휩쓸린 영국과 프랑스도 천문학적인 재건비용 때문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러나 미국은 본토가 전쟁 피해를 입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특수를 누리면서 유럽이 전후 복구 때문에 정체된 동안 약진하기 시작해서 1920년대부터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3. 제2차 산업 혁명

  • 1920년대 미국은 연 평균 경제성장률을 9% 이상 유지하며 호황을 누렸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초까지 진행된 제2차 산업 혁명의 성과들이 집약되어 1920년대가 되면 제조업을 위시로 한 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혁신되었다. 이로 인해 공산품의 생산량과 생산효율이 크게 증대되었고 비약적으로 성장한 산업은 대규모의 고용을 창출하여 중산층을 크게 확대시켰다. 또한 경제호황으로 인한 전반적인 소득 증대와 금융의 발전으로 할부 구매 등 현대적인 소비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쳐서 1920년대 인류의 대다수가 구경도 못해본 라디오를 비롯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비롯한 신문물들이 당시의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대중화,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 당시 미국의 자동차 대중화는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조립 라인을 최초로 실용화하여 대량생산 체제를 구현해낸 포드 자동차 등 제조업의 혁신과 발전에 힘입은 바가 컸다. 특히 포드 모델 T는 광란의 20년대의 발전상을 상징하는 차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포드 모델 T의 전성기에는 24초당 1대가 제조되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생산량을 자랑했으며, 1927년까지 무려 15,007,033대가 판매되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1920년대 미국의 도로는 포드 모델 T로 채워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중산층에 자동차가 대대적으로 보급되면서 미국에서는 자가용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이런 자동차 산업의 급진적 성장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자동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철강, 유리, 고무 등 다양한 소재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계와 전기 설비, 만들어진 자동차를 움직일 석유를 가공할 석유, 화학 공업, 그리고 자동차가 달려야 하는 도로와 다리 등을 지어내야 할 건설산업까지 말 그대로 근현대의 주요 핵심 산업들이 모두 자동차 산업에 얽혀있다. 자동차 산업이 괜히 오늘날에도 주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취급받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자동차 생산량의 폭발적인 증대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 하나의 성장만을 나타내는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을 뒷받침하는 여러 기반산업들 또한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급격한 생산량 증가를 감당할 역량이 있다는 증거였다.
  • 2차 산업혁명이 활발히 진행되며 각종 공학 기술도 크게 약진하였다. 공장 자체적으로 석탄, 석유 등을 태워 증기기관을 작동시키는 기존 방식 대신 대규모 화력발전소, 전력망 등의 기반시설을 건설해 전력을 공급받아서 동력을 얻는 방식으로 전환이 시작되었으며, 라디오, TV 등 진공관을 이용한 전자제품들이 다수 등장하였다. 1920년대 동안 미국의 전력 생산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항공분야의 경우 1927년 찰스 린드버그가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최초로 단독비행으로 대서양을 건너는 데 성공하면서 장거리 항공 운송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찰스 린드버그는 이후에도 미국의 민간상업항공산업과 항공운송산업의 기초를 닦는데 크게 공헌한다.
  • 건축 분야에선 마천루 등 고층건물 건축의 노하우가 축적되기 시작하는데, 뉴욕에 세계최초로 300m 높이를 돌파한 318m의 크라이슬러 빌딩(1928년 9월 착공, 1930년 5월 완공) 건설이 이루어진 것도 1920년대였다. 참고로 1980년대 지어진 63빌딩이 249m, 00년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타워팰리스가 263m이다. 심지어 아시아 전체로 봐도 홍콩의 중국은행 타워가 1985년 착공해서 1990년 완공되었을 때야 비로소 아시아 최초로 300m를 돌파하게 된다. 1920년대 당시에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에는 300m는 고사하고 고층 빌딩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4. 광란의 문화

  • 미국인들에게는 여러모로 근대 미국의 절정기로 기억되고 있으며, 미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아이콘들이 많이 나온 시대였다. 라디오의 황금시대, 잭 뎀시와 진 터니의 세기의 대결, 찰리 채플린 등 헐리우드 영화의 1차 전성기, 그리고 베이브 루스가 이런 아이콘으로 꼽힌다.

5. 시대적 상황

  • 정치적으로는 20세기 초반을 수놓은 혁신주의가 시들해지고 "아메리카니즘"으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졌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특수와 캘빈 쿨리지 정부의 시장방임주의 정책 등이 겹쳐 시장의 자유는 강화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금주법이 시행되고,인종차별과 제노포비아도 오히려 더 심화되었다.
  • 대표적인 것이 바로 1924년 제정된 존슨-리드 법이라는 것으로 이 법은 이민자 수를 제한하는 쿼터를 더욱 축소시키고 아시아인의 이민을 금지했으며 쿼터 제한선 이상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추방하도록 규정했다.1920년대 제정된 이 존슨-리드 법은 무려 1952년까지 계속 시행된다. 반이민을 내세운 쿠 클럭스 클랜단 또한 절정기를 맞이해서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흑인을 린치한 후 나무에 목 매달아 놓는 일도 많았다. 좌익에 대한 공포는 사코와 반제티 사건으로 표출되었다.
  • 이권 다툼이 늘어나고 금주법의 시행으로 인해 불법적인 밀주 유통이 늘어나면서 뒷세계의 마피아같은 범죄조직들도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는데, 이들은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밀주 산업으로 떼돈을 벌었다. 그 유명한 알 카포네도 이 시기에 활동하던 인물로, 오늘날 여러 매체에서 묘사되는 페도라를 쓰고 시가(담배)를 피우며 톰슨 기관단총을 쏴 갈기는 전형적인 마피아의 이미지는 대부분 이 시기쯤부터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당시 밀주유통의 중심지는 캐나다 인근에 위치한 프랑스령 생피에르 미클롱이였는데, 한창 때는 인구도 많이 없는 생피에르 미클롱의 항구가 세계최대의 주류 수입항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미국 정부가 항의를 해봤지만 총독이 "우리 섬 사람들이 술을 좋아해서 수입하는 것뿐임"라고 발뺌을 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6.광란시대의 종말

  • 이런 화려한 번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 당대부터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 생산의 자동화로 인한 실업 문제, 유효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는 과잉생산 등 문제점이 쌓여가고 있었고 이를 정부가 방치하면서 결국 20년대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산시장이 붕괴, 결국 1929년 대공황이라는 엄청난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쉽게 말해 거품경제였다는 것이다. 대공황이 터지자 몇년 안가 미국 GDP는 약 3~40%, 시가총액은 약 90%가 증발하고 만다. 이렇게 휘청이던 미국 경제는 뉴딜 정책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겪고 나서야 겨우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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